[창직칼럼] 한 우물만 파지 마라

정은상의 이미지

우리 속담에 우물을 파도 한 우물을 파라는 말이 있다. 일을 너무 벌여 놓거나 하던 일을 자주 바꾸면 아무런 성과가 없으니 한 분야만을 고집하고 한 가지 일만 하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런 속담도 이젠 옛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산업과 산업 사이의 경계가 어느새 허물어지고 과학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예측불허의 세상을 맞이하고 보니 한 우물을 파는 것보다 여러 우물을 파는 선택과 경험이 더 필요하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이것 저것 두루 넓게 아는 것보다 한 우물을 파서 한 가지 일에 몰두하여 좁고 깊게 파고 드는 것이 자신만의 필살기를 지키며 다른 사람과 차별화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듣고 배우고 느끼며 살아왔다. 하지만 이젠 더 이상 그게 통하지 않는다.

 21세기 초연결사회에서는 많은 지식을 찾아 차곡차곡 머리 속에 집어 넣는 사람을 바보라고 부른다. 무엇이든 원하는 지식과 정보를 언제든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찾아보면 자신이 알고 있었던 것 이상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제공하는데 굳이 그런 것들을 머릿속에 담고 다녀야 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여전히 우리나라 교육 방식은 암기 위주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학생들 뿐아니라 성인들도 그렇게 해야만 머리가 좋고 유식하고 똑똑하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정말 한심하다. 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인 생각인가? 더구나 과거에 비하면 우리의 평소 생활이 점점 더 복잡해지면서 웬만한 것들은 기억조차 하기 어렵다. 한 우물을 파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기보다 한 우물만 파면 모든 것이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대체로 한 우물을 깊이 판 사람들의 공통점은 그 분야를 제외하면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거나 동시에 관심도 없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입으로는 쉽게 말한다. 그건 내 전공분야가 아니기 떄문에 알 수 없다고 말하며 또한 알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 여기서 말하는 자신의 전공 분야도 넓은 시야로 보면 극히 작은 부분을 뜻하기 때문에 조금만 내외부적인 상황이 변하면 그것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위협받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한마디로 융통성이 없는 것이다. 지금 이 시대는 누가 얼마나 변화에 민감하게 잘 적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그런 능력이 요구된다.
 
수박 겉핥기 식의 방법으로 여러 우물을 파는 것은 곤란하지만 어떤 분야가 되었던 자신이 겪어보지 못한 분야일지라도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적극적인 자세가 절실히 요구된다. 이젠 한 우물만 열심히 파면 되던 시절이 아니다. 한 우물을 파면서도 다른 우물에도 늘 관심을 가져야 한다. 결국 지금 자신이 파고 있는 우물이 설령 다른 우물과 서로 만나는 경우가 있어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이 자연스럽게 대안으로 나와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열심히 한 분야만 연구하는 학구파가 오히려 위험하다. 필자의 주변에도 열심히 공부만 하면 되는 것으로 자신과 부모가 판단한 나머지 열심히 공부하여 번듯한 학위는 취득했지만 그 다음에 어떤 진로를 어떻게 결정해야 할 지 몰라 어려움에 처하는 사례를 종종 보게 된다. 한 우물을 파지 마라.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