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직칼럼] 연약함을 자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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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연약함을 감추고 드러내기 싫어한다. 그래서 화장을 하고 업적을 과시하고 남들 앞에서는 거창하게 자신을 소개해 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기 힘들고 심지어 등을 돌려버리는 상황을 만나기도 한다. 진솔하게 자신의 연약함을 낱낱이 보여줄 때 상대방이 더 가까이 다가오게 된다. 연약함을 자랑하는 대표적인 분이 바로 필자의 사부인 고정욱 작가이다. 그는 소아마비로 인해 두 다리를 전혀 사용하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지금까지 288권의 책을 쓰고 일년에 300회나 전국을 휘젓고 다니며 강연을 한다. 어릴 적부터 자신의 신체적 부자유를 얼마나 힘들어 했을까 가히 짐작할 만하지만 지금 그는 그의 연약함을 오히려 강점으로 부각하고 있다.

성인들은 물론이고 특히 청소년들에게 그는 자신의 연약함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격려하고 다독인다. 장애를 뛰어넘어 농담으로까지 진화했다. 한번은 그의 친구가 그와 열차로 같이 여행하기로 했는데 좌석이 하나밖에 없다고 아쉬워하니 자신은 이미 휠체어 좌석에 앉아 있는데 무슨 걱정을 하느냐고 하며 친구의 좌석만 예약하라고 했단다. 참 대단한 내공이다. 이렇게 인간은 누구나 상대의 연약함을 볼 때 더욱 친밀감이 생기고 공감대 형성이 자연스러워진다. 동시에 경계심도 사라진다. 그러니 고 작가를 만나는 청소년들은 하나같이 용기를 얻게 되고 단번에 그의 열성 팬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 점점 그를 초청하는 학교나 도서관이나 단체가 많아지고 있다.

필자에게 강연을 요청한 담당자들은 가급적 강연자 소개를 거창하게 하려고 한다. 필자는 그들에게 간단히 소개해 달라고 부탁하고 강연을 시작하며 필자의 이름이 은상이라 대상과 금상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소개하면 그들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보이기 시작한다. 게다가 중학교 시험부터 취직 시험까지 한번도 1차에 합격한 적이 없고 재수를 한 적도 없으며 대학에서 했던 전공에 맞는 직업을 가져본 적이 없다고 하면 모두들 놀라면서 내심 좋아한다. 그저 강연자가 자신들보다 그리 대단하지 않고 평범함에 자조하며 은근히 동질감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그건 강연이 끝나고나면 우루루 몰려 나와 명함을 건네며 인사하는 그들의 표정에서 잘 나타난다.

바이블에 나오는 사도 바울은 자신이 부득불 자랑할진대 자신의 약한 것을 자랑한다고 했다.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진다고 예수는 설파했다. 연약함을 감추고 포장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그렇지만 이렇게 하면 달라질 수 있다고 할 때 말과 글이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되는 것이다. 세상의 이치는 우리가 생각하는대로만 흘러가지는 않는다. 때로는 생각과는 반대로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다. 연약함을 보일 때 다른 사람들이 나서서 도와주려 한다. 잘난 체 하면 왕따 당하기만 한다. 따지고보면 그리 어렵지 않아보이지만 자신의 연약함을 자랑하는 것은 발상의 전환과 대단한 결심이 필요하다. 그리고 용기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자신의 연약함을 감추지 말고 자랑하라.  

출처: 소셜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