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직칼럼] 환경부터 바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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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철저하게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 성인은 물론이고 아직까지 인격이 형성되는 과정 중에 있는 주니어들에게는 환경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창직을 하기 위해서는 창의성으로 무장해야 한다. 그런데 창의성은 경직된 환경에서는 싹을 키우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환경을 바꿔야 창의성이 배양된다. 그리고 고정관념도 뛰어 넘을 수 있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창의적인 인재보다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가 두각을 나타내었다. 독창적인 아이디어 대신 우선 선진국을 따라잡는 일이 시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퍼스터 무버first mover를 요구하는 시대이다. 남들이 상상조차 하지 않는 일을 먼저 시작해서 앞장서서 달려나가야 한다. 그래야 평생직업을 위한 창직이 빛을 발한다.

홍익대 건축대학 유현준 교수는 그의 저서 <어디서 살 것인가>에서 지금 우리 자녀들의 학교가 교도소와 다름 없다고 혹평했다. 그는 학교와 군대와 교도소가 닮았다고 말한다. 전체주의식 건축물에 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식사를 하는 곳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건축물에서는 창의성이 배양되기 어렵다.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그런데도 우리나 우리 자녀들은 별 생각없이 무려 12년이나 그런 곳에서 가장 예민하고 귀중한 세월을 보내고 있다. 지금은 인터넷 뉴스나 유튜브 등으로 인해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예전에는 밤 9시에 시작하는 지상파 TV 뉴스나 몇몇 주요 조간 신문을 읽고 그게 세상의 전부라고 여기면서 살아왔다. 물론 일부 그렇지 않은 깨어 있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국민 대다수는 그랬다. 그러니 창의성은 남의 일이었다.

이제부터라도 새로 학교를 짓거나 리모델링을 해야 한다면 기존의 틀을 과감하게 깨뜨리고 창의적인 건축물이나 인테리어를 고려해야 한다. 자신도 모르게 이미 몸에 배어 버린 그 틀 속에서 아무리 창의성을 발휘하려고 해도 쉽지 않다. 왜냐하면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학교 뿐 아니라 집에서도 어릴적부터 창의성 개발을 위한 부모의 배려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아파트의 법적 층고는 2.2m이다. 이런 아파트에서 오래 살면 창의성이 사라진다. 집보다 학교나 학원의 층고는 마찬가지거나 더 낮다. 결국 우리 자녀들은 하루 종일 겨우 2m 조금 넘는 낮은 건축물 아래에서 하루 종일 생활한다. 높은 하늘이나 넓은 바다는 남의 이야기다. 이런 환경에서 창의성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 있다.

미국의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그리고 마크 주커버그 등 이 시대의 내노라하는 글로벌 리더들은 공통적으로 자신들의 꿈을 집의 차고에서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차고는 대체로 집안보다 층고가 높다. 우리에게 먹고 살기 힘든 시절에는 아파트가 인기가 있었지만 더 이상 아니다. 이제는 우리 뿐 아니라 자녀들의 창의성을 위해서라도 주거지를 옮겨야 한다. 학원에 보내지 말고 국립중앙박물관이나 코엑스 전시장을 권유해야 한다. 도서관에서 메타인지를 높이고 독서와 글쓰기가 자연스럽게 몸에 밸 수 있도록 환경을 바꿔줘야 한다. 먼저 우리 스스로 이런 환경에 자신을 노출시켜 변화를 경험한 다음 자녀들과 다음세대에게 이런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을 수 있도록 브릿지가 되어야 한다. 환경부터 바꿔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