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직칼럼] 창직은 개념설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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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설계concept design란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실행implementation은 그 다음 단계이다. 건축을 할 때 개념설계가 잘못되면 처음부터 다시 설계를 해야하거나 실행 단계에서 엄청난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창직은 개념설계에 해당한다. 평생직업으로 이어지는 것은 창직을 하고 난 다음이다. 산업화 시대에는 패스트팔로잉fast following 작전이 통했다. 다시 말하면 개념설계를 누가 했던지 상관없이 앞선 기업이나 기술을 빨리 따라잡기만 하면 대량생산의 실행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앞선 기술을 체화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않으면 아무리 실행력이 뛰어나도 개념설계에 대한 로얄티를 지불하고 나면 남는게 없어진다. 그러니 기업이든 개인이든 개념설계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서울대 이정동 교수는 그의 저서 <축적의 길>을 통해 개념설계와 축적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며 기업이나 개인이 개념설계를 하느냐 아니면 실행을 우선으로 하느냐로 구분하고 있다. 그는 지금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은 모두 개념설계로 선점한 기업들이라고 했다. 개념설계는 아이디어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아이디어든지 그것을 얼마나 축적하는 과정이 있었느냐에 달려 있다. 이런 축적은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의 역량으로 쌓이는 것이다. 그러니 결국 개념설계는 사람에게 달렸다. 그런데 우리는 사람을 통해 축적하는 시간을 무시하고 아직도 구태의연하게 시스템화에 목숨을 건다. 개인의 역량으로 축적할 수 있는 시간이나 비용은 들이지 않고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여전히 강하다.

선진국의 기술자들은 수십년 한가지 일에 몰두하며 온갖 상황을 두루 거치는 축적의 시간을 갖는데 비해 우리는 연구원과 기술자를 우대하지 않는 아주 잘못된 관행을 보여왔다. 소위 사농공상이 아직도 존재한다. 이런 토양에서 진득하게 오랜 시간 노하우를 축적하려는 인재가 배출되지 않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단기간 결과를 내야 하는 압박감에 시달리며 유사한 생각과 행동을 반복하며 깨달음에 이르는 축적이 이루어질 수가 없는 것이다. 시대가 확연히 달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대박나세요라며 격려하는 인사가 살아있다. 대박은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축적의 지난한 시간이 낭비하고 치부한다. 대박은 절대 없다. 꾸준한 축적이 있을 뿐이다. 축적을 통해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인내심이 필수이다.

대박을 내려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축적을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밑그림은 실력이 축적되면 잘 그려낼 수 있다. 개념설계가 제대로 세워지면 실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시행착오도 축적의 산물로 쌓아갈 수 있다. 개념설계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아이디어를 혁신과 차별화로 이어가면서 축적의 과정을 거치면 궁극적으로 개념설계에 이른다. 남을 따라하는 것은 이미 개념설계가 아니다. 어느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묵묵히 걸어가면서 스스로 길을 찾아내고 만들어가는 것이 개념설계를 이루는 방법이다. 아직까지 개념설계에 대한 개념조차 세우지 않았다면 이제라도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처음에는 보잘것 없어 보여도 축적의 시간이 지나면 밝은 미래가 열릴 것이다. 

출처: 소셜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