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직칼럼] 책이냐 스크린이냐

정은상의 이미지

디지털 문명이 시작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스마트폰 스크린에 코를 박고 산다. <포노 사피엔스>의 저자 최재붕 교수가 말했듯이 스마트폰은 어느덧 우리 인간의 신체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하루 일과 중 깨어 있는 시간 대부분을 스크린에 온 정신이 몽땅 팔려 있다. 마치 자신을 잊어버린 것처럼 스크린에 목을 맨다. 스크린의 등장으로 책은 찬밥 신세가 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차별화와 비교 우위는 책에서 나온다. 독서의 힘은 스크린을 압도한다. 스크린에 나오는 대부분의 글과 그림은 독서를 통해 갈고 닦은 작가들의 노력에 대한 결과물이다. 정말 아이러니 하지 않은가. 이제 선택해야 한다. 스크린에 정신이 팔려 마냥 소비자로 살 것인가 아니면 독서의 힘을 길러 많은 소비자를 팔로워로 이끌 것인가.

세상은 그냥 흘러가는대로 편하게만 살자고 작정하면 아무 생각없이 시대의 조류에 따라 살면 된다. 이런들 어떠며 저런들 어떠랴. 하지만 백세시대에 적어도 팔십세까지 현역으로 일하려면 이런 꿈은 빨리 깨어야 한다. 수입의 과다를 떠나 일이 없다면 하루하루가 지루하다. 아침에 눈을 떠서 할 일이 있다면 하루가 활기차다. 매사 자존감을 앞세워 자신있게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한 때 인터넷이 발달하고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종이책 시장이 위축되거나 사라질 것이라고 했었다. 전자책이 크게 유행할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종이책을 읽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책이 스크린을 이기고 있는 것이다.

여기저기 여전히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한탄하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꾸준히 많은 저자들이 책을 만들어내고 있다. 인류 문명이 계속되는 한 종이책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책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유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그렇다고 스크린을 보지 말라는 말은 아니다. 스크린은 책보다 빠르다. 특히 검색을 위해서는 스크린이 위력을 발휘한다. 필자가 매주 중학생을 지도하고 있는데 빠른 검색을 위해 스마트폰을 활용한다. 학생들은 정말 빠른 속도로 검색한다. 검색도 능력이다. 하지만 스크린은 검색에서 그친다. 사색하고 그 다음 단계로 이어주지는 못한다. 책은 이런 면에서 스크린을 능가한다. 찾아보고 생각하고 글을 쓰는 모든 행동은 아날로그다. 디지털 기기의 도움은 받지만 그래도 아날로그다.

스크린과 책을 적절하게 조합해서 활용해야 한다. 필자는 글을 쓰는 도중에 수시로 스마트폰을 활용해 검색하고 필요한 글과 사진 또는 동영상을 찾아낸다. 스마트폰 활용은 생산성을 높여준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스마트폰은 도구에 불과하며 결과물이 아니다. 도구를 적재적소에 잘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결과물은 나중에 이런 칼럼이나 강연처럼 글과 말로 연결된다. 스크린과 책이라는 두 토끼를 잘 활용해야 차별화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한 토끼는 빠르고 한 토끼는 느리다. 중학생들과 52년 차이라는 엄청난 세대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필자가 스마트폰 활용을 아주 잘하기 때문이다. 스크린에 너무 정신을 빼앗기면 책을 읽는 시간을 날려버린다. 책을 읽지 않으면 생각하지 않게 되고 생각하지 않으면 사는 대로 그냥 살게 된다. 책을 읽자. 스크린의 도움을 받아 깊고 넓게 읽자.  

출처: 한국독서교육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