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직칼럼] 손글씨 예찬

정은상의 이미지

컴퓨터가 보급되고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손글씨가 사라져 가고 있다. 손글씨는 문화다. 그 문화가 없어지는 셈이다. 그런데 최근 다시 손글씨가 돌아오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은 속도를 우리에게 선물로 안겨주었다. 개발새발 보기 싫은 글씨를 다양한 폰트로 예쁘게 바꿔놓았다. 그러나 동시에 손글씨를 쓰기 위해 연필을 깎고 노트에 사각사각 소리를 내면서 생각하며 글쓰는 낭만과 멋을 앗아가 버렸다. 인지신경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중국의 필경사들과 교사들은 이미 수백년 전에 언어와 운동 신경망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도 중국에서는 우리로 치면 초등학교 3학년까지는 볼펜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연필이나 펜을 사용하도록 한단다.

물론 중국 한자는 모양이 중요하고 획이 정확해야 의미가 전달된다. 최근 서울에서도 종종 중국인들의 혼인 예식을 볼 수 있다. 결혼식장에 가면 방명록을 한국인과 중국인을 위해 따로 준비한다고 한다. 한국인의 방명록은 그야말로 천태만상이지만 중국인의 방명록은 그 자체가 예술 작품이라고 하니 비교가 될 만하다. 손글씨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글을 쓰면서 뇌를 움직여 생각하는 것이다. 컴퓨터로 글을 쓸 때도 생각은 하지만 손글씨와는 차원이 다르다. 손글씨에는 카리스마도 한몫을 한다. 글씨 하나만으로도 그 사람의 됨됨이를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을 정도이다. 손글씨를 회복해야 한다. 중학생들에게 연필로 글을 쓰게 하면 가관이다. 도통 알아볼 수가 없다. 학기 초에는 그랬는데 지속하면 학기 말쯤 가서는 확연히 달라진다. 

필자의 아내는 20년차 공인중개사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모든 계약서를 직접 손으로 작성했다. 지금은 컴퓨터로 전자계약서를 사용하기 때문에 더 이상 손글씨 계약서가 없다. 과거 손글씨를 쓸 때 매도자와 매수자를 양 옆에 두고 또박또박 계약서를 써내려가는 동안 모두가 손글씨에 감탄하던 시절이 떠오른다. 아내의 손글씨는 참 예쁘다. 필자도 글씨를 꽤 잘 썼는데 외국은행 다니면서 영어를 하고 컴퓨터가 나오면서 더 이상 쓰지 않게 되어 지금의 손글씨는 한마디로 엉망이다. 다시 손글씨를 시작해야겠다. 마음이 급한 사람과 생각이 너무 빠른 사람들은 대체로 손글씨가 날아간다.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글씨를 써야하는데 그렇지 못한 탓이다.

문명의 이기를 잘 활용하는 것은 중요하다. 말로 글을 쓰거나 컴퓨터 자판으로 문서를 작성하는 일은 이미 일반화 되었다. 하지만 손을 사용하는 손글씨는 우리의 뇌를 깨우고 감각을 일으켜 디지털에서 찾아볼 수 없는 아날로그 감성까지 가져다 준다. 손글씨로 자기 생각을 종이에 옮겨 적는 과정을 통해 시대를 관통하는 성찰의 경험을 공유하게 된다. 특히 성격이 급한 사람들은 손글씨를 익히며 차분한 성격으로 바뀌기도 한다. 손글씨와 더불어 캘리그라프와 붓글씨도 장려할 만하다. 이제 손글씨는 의식적으로 자각하지 않으면 하기 힘들게 되었다. 자신은 물론 자녀들이나 손주들에게 손글씨를 가르치고 쓰게 하는 것은 좋은 교육 방법이다. 손글씨는 바로 나를 표현하는 대단히 멋진 방식이다.  

출처: 소셜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