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직칼럼] 노예 근성을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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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는 남의 소유물이 되어 부림을 당하는 사람이다. 현대판 노예는 자신의 육체는 물론 영혼까지 송두리째 직장에 바치는 사람을 말한다. 근성이란 뿌리가 깊게 박힌 성질이다. 노예 근성을 버려야 평생직업을 찾아 80세까지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아무리 그래도 노예라는 표현은 좀 지나치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직장이나 오너를 위해 열심히 일만 하면 월급이 나오고 시간이 흘러 승진이 된다면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 곳에 안주하고 싶어진다. 이게 바로 필자가 주장하는 노예 근성이다. 마치 마약처럼 직장에서 아무리 힘들고 억울한 일을 당해도 월급과 승진이라는 당근에 취해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다 덜컥 나이가 차서 퇴직을 하면 후회가 일순간에 엄습해 온다.

이 세상에 아무도 퇴직 후의 남은 생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 자신이 알아서 남은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 직장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을 때는 바깥 세상을 전혀 모른다. 비가 오는지 눈이 내리는지 바람이 부는지 느낌이 별로 없다. 튼튼한 울타리 안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퇴직을 하고 나면 온몸으로 비와 눈 그리고 바람을 우산도 없이 맞게 된다. 그제서야 허탈한 생각이 든다. 왜 진작 직장을 다니면서 미래를 준비하지 못했느냐고. 하지만 지금의 밀레니얼 세대는 다르다. 그들은 한 직장에 목숨을 걸지 않는다. 6070대가 보기에는 그들이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것 같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생존방식을 스스로 터득하고 있다. 부모들이 퇴직하고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두 눈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예 근성을 버리라는 것은 주로 4050대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기업의 본질은 망하는 것이다. 흔히 기업의 평균 수명을 10년 혹은 15년이라고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수십년 된 기업이 더러 있다. 문제는 공부 잘해서 튼튼해 보이는 그런 기업에 입사한 후 20년 또는 30년 근무하는 중간 관리자나 임원들이 위험하다. 그들은 정년이 되거나 그 이전에 퇴직을 해도 다시 재취업할 직장이 별로 없다. 게다가 기업마저도 변화를 거부하면 불안하게 흔들리고 M&A 되거나 공중분해되어 사라지기도 한다. 오로지 주인만 쳐다보고 살았는데 어느날 주인이 노예 시장에 내놓은 것과 다름 없다. 안정된 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은 대체로 바쁘다. 일도 일이지만 여가를 즐기고 품위 유지하느라 무척 바쁘다. 이렇게 지내다 어느날 갑자기 본의 아니게 퇴직을 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한다.

평생직장이 없어진지 오래다. 자신이 세운 기업이 아닌 이상 평생 거기 머물 수는 없다. 나이는 매년 꼬박꼬박 어김없이 먹는다. 누구에게도 예외는 없다. 기업의 임원이 되면 주특기도 없어지고 언제든지 오너가 그만두라고 하면 그만 둬야 한다. 그럼에도 모든 직원들은 임원이 되려고 목숨을 건다. 임원이 임시직원의 줄인말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러면서도 겸업이나 겸직은 꿈도 꾸지 못한다. 그 이유는 노예 근성 때문이다. 기업도 이제는 직원들의 겸업과 겸직을 과감하고 유연하게 허용해야 한다. 직장에 몸담고 있는 직원이 행복해야 기업도 성과를 올릴 수 있다. 아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이 스스로 깨닫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