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직칼럼] 번데기를 탈출해야 나비가 된다

정은상의 이미지

번데기는 완전 변태를 하는 곤충의 애벌레가 성충으로 되는 과정 중에 한동안 아무것도 먹지 아니하고 고치 같은 것의 속에 가만히 들어 있는 몸을 말하는데 겉보기에는 휴식 상태 같지만 애벌레의 기관과 조직이 성충의 구조로 바뀌는 중요한 시기이다. 이 시기를 지나 애벌레는 전혀 모양새가 다른 나비가 되어 날게 된다.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는 애벌레는 반드시 번데기에서 탈출을 해야 가능하다. 여기서 말하는 번데기란 바로 지금까지 우리가 강요 당했던 소위 각종 시스템을 말한다. 상식적이고 기본적인 번데기를 벗어나지 않고는 나비가 되어 훨훨 힘차게 날 수 없다. 오랜 직장 생활을 하며 자신도 모르게 애벌레 처럼 살았던 과거를 청산하지 않으면 대담하게 미래를 펼쳐 나갈 능력이 스스로에게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아무리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우겨대지만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면 적어도 직장 생활을 30년 이상 했다면 무언가 눈에 보이지 않는 밧줄에 칭칭 감겨져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왜냐하면 그토록 기나긴 세월 동안 번데기 속에서 안주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해야 번데기를 탈출해서 나비가 되어 날 수 있을까. 가장 시급한 일은 과거를 잊어야 한다. 지난날 무슨 일을 했는지 그리고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를 깨끗이 잊으라는 말이다. 또한 무엇을 배웠고 알고 있는지도 모두 잊고 새롭게 배우며 적응하려는 겸손한 자세가 절대 요구된다. 그만큼 세상이 변해버려서 그렇다. 자꾸 옛날을 돌아보면 갑갑한 번데기 속만 보이고 넓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좁아진다. 그래서 모두 잊으라는 말이다.

다음으로 미래지향적이 되어야 한다. 사소한 말과 행동에서부터 시작해서 습관을 바꿔야 한다. 지난날 습관은 결코 하루 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찰거머리처럼 달라 붙어 떨어질 줄 모른다. 뼈를 깎는 의지와 노력이 있어야 과감하게 과거를 떨치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부정적인 말은 미래지향의 최대의 적이다. 그럼에도 부정적이고 비교하는 습관은 우리 모두에게 자연스럽다. 하지만 이것을 버리지 못하면 자존감도 낮아지고 새로운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한다. 끊임없이 자신의 뇌를 속이며 나는 할 수 있다고 부르짖을 때 조금씩 변화를 경험해 갈 수 있다는 말이다. 때로는 약간의 뻔뻔함이 요구되기도 하는 쉽지 않은 결단이기도 하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잘못된 습관은 바꾸기 어렵다.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을 기억하지 못하듯이 나비도 애벌레 시절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이모작 또는 다모작을 위한 새로운 출발은 모든 것이 새롭게 전개된다. 심지어 필자의 지인 중에는 과거를 잊고 미래지향적이 되기 위해 퇴직하기 전 과감하게 스마트폰의 모든 전화번호를 지웠다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는 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지만 이 정도의 굳은 결심이 따르지 않으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 바이블에도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어야 싹이 나고 열매를 맺는다고 했다. 자신의 예전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면서 새롭게 변화하려면 주위에서 여러모로 방해받는 일이 많아진다. 누가 보더라도 분명히 달라지려는 의지가 눈에 확연히 보일 때 주위에서도 비로소 인정하게 된다. 나비는 번데기를 탈출해야 결국 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