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직칼럼] 책은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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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은 물체를 비춰주는 물건이다. 사람은 거울을 통해 자신의 얼굴과 외모를 볼 수 있다. 하지만 거울이 내면까지 보여주지는 못한다. 반면에 책은 사람의 내면을 보여주는 거울 역할을 한다. 독서를 하면 자신과 만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인생 철학이 있다. 설령 구체화되지 않았어도 각자의 인생 철학은 그 사람의 일생을 이끄는 방향타가 된다. 차원 높은 철학이든 개똥철학이든 인생 철학을 정립하려면 우선 자신을 만나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크게 영향력을 미치는 인플루언서influencer도 먼저 자신이 누구인가를 각성한 다음 다른 사람들에게 나타내어 보여진다. 메타인지도 자신이 누구인지 먼저 알아야 그 다음 다른 사람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여기서 필자는 책을 거울이라고 했다.

독서가 거울이 되는 이유는 상당히 객관적인 관점에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저자들의 주장과 생각을 섭렵하면서 자신을 객관화해서 거울처럼 비춰볼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 혹여 자신의 정체성이 아직 불분명해 보여도 다른 저자들의 책을 통해 자신의 위치와 입장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을 만나게 되는 프로세스를 제공한다. 이는 나이에 상관없이 다양한 독서를 경험한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하게 되는 현상이다. 성급하게 서둘지 않아도 때가 되면 자신과 주위 사람들이 동시에 인정하게 되는 정체성이나 브랜드가 바로 그것이다. 한번 이렇게 책을 통해 자신을 만나고 나면 자존감이 솟아나고 나아가 자신감도 충만하게 된다. 이것은 덤이다.

세상을 살면서 자주 만나야 할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자신을 자주 만나지 못할 때 방황하고 정체성을 잃게 된다. 하지만 가끔 자신을 만나면 자신이 누구인지 왜 지금 여기 있는지를 재삼 확인하면서 인생 철학이 조금씩 구체화되는 귀중한 축적이 만들어지게 된다. 신기하게도 책은 시대를 넘나들며 우리의 삶을 비춰볼 수 있는 요술 거울이 되어 왔다. 2500년 전에 철학자들이 했던 말이나 바이블에 나오는 글귀들이 오늘을 사는 우리 각자에게 제각기 적용된다는 사실은 놀랄만하지 않은가. 그래서 인류가 발견한 것 중에서 책이 아주 귀중한 선물이며 인류가 존재하는 한 책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감히 장담할 수 있다. 이것이 전자책이 나와도 종이책이 계속해서 출판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말을 할 때는 잘 듣지 못한다. 그러나 조용히 책을 읽을 때 저자들의 세미한 음성과 자신의 인지능력이 동시에 왕성하게 활동하면서 우리의 생각을 유효적절하게 버무린다. 이렇게 버무려진 생각들이 나중에 글쓰기라는 프로세스를 통해 아웃풋으로 연결되면 상상을 초월할만큼 어마어마한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양질전환의 법칙이란 게 있다. 일정한 양이 모여지면 질적으로도 향상된다는 법칙이다. 책이 거울의 역할을 톡톡히 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독서량이 쌓여야 한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다양한 책을 더 많이 읽을수록 거울의 역할이 더욱 빛날 것이다. 강물이 모여 바다로 흘러가듯 책 한권 한권이 모여 커다란 거울이 되어 우리 자신을 비추고 인생 철학의 초석이 됨은 물론이다.    

출처: 한국독서교육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