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직칼럼] 멀티태스킹은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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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태스킹multi-tasking이란 하나의 컴퓨터가 동시에 여러 개의 작업을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처음에는 컴퓨터에서만 사용하던 용어였지만 세상이 점점 복잡해지면서 일반화 되었다. 80년대 초 컴퓨터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할 때만 해도 멀티태스킹은 대단한 능력이었고 개인도 컴퓨터처럼 그런 능력을 소유하는 것을 앞다투어 자랑하기도 했다. 멀티태스킹에 반대되는 개념은 순차 처리 방식으로 한가지 일을 처리하고 나서 다음 일을 시작하는 것을 말한다. 짧은 시간에 다양한 일을 많이 처리하기 위해서는 멀티태스킹이 필요했지만 산업화 시대를 지난 지금은 오히려 에너지를 집중해서 몰입하는데 멀티태스킹은 역효과를 가져온다. 빠른 것만이 능사였던 시절에나 통했다는 말이다.

최연충 전 우루과이 대사이며 현재 제2외곽순환도로 사장은 최근 그의 신간 <길 위에서 길 너머를 생각하다>에서 치타슬로cittaslow를 소개했다. 치타슬로는 영어 표기법으로는 슬로시티slow city로서 1999년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도시 운동으로 느리게 살자는 뜻을 담고 있다. 2019년 8월 기준으로 전 세계 30개국 262개 도시가 지정되어 있고 우리나라에도 전주시 목포시 등 16개 슬로시티가 있다. 이렇게 인공지능을 앞세운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 되면서 오히려 너무 빠르니 조금 더 천천히 살아보자는 문화가 확대되고 있다. 멀티태스킹을 하지 말자는 필자의 주장은 치타슬로 운동과 관련이 있다. 빠름은 편리함과 속도를 가져다 주지만 인간의 행복은 빠름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인공지능이 우리 곁에 가까이 왔으니 멀티태스킹의 자리는 인공지능에게 넘겨주고 우리는 단일 프로젝트나 문제에 온전히 집중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몰입의 유익은 성과를 가져오고 행복을 만끽하게 한다. 하지만 지금은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너무나 많다. 특히 2007년 스마트폰의 출현으로 인류는 편리함에 함몰되어 몰입을 내팽개쳐 버렸다. 3년째 중학교 1학년 자유학년제 교사인 필자의 경험으로는 대부분의 중학생들이 온통 게임에 빠져 생각조차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매주 2시간씩 생각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생각하는 힘을 키울지 함께 고민하고 연필로 글을 쓰는 수업을 지속하고 있다. 지금 이런 과정이 언젠가 그들의 몰입에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스마트폰에 푹 빠진 인류는 더 이상 생각하는 길을 잃어버리고 있다. 갈수록 더 빨리 더 가볍게 살아가는 생활 패턴에 이미 익숙해져 버렸다. 필자도 멀티태스킹을 하지 않으려고 수년 동안 노력해서 겨우 이제 벗어나고 있다. 솔직히 필자도 50대가 되기 전에는 몰입의 진수를 제대로 느껴보지 못한 것 같다. 하지만 이제라도 멀티태스킹을 버리고 나니 마음이 조금은 차분하게 가라앉는 느낌이 든다. 우리의 목표는 우리의 능력이 지속적으로 향상되는 것이다. 스마트폰과 인공지능으로 오히려 인간의 능력이 하향평준화 된다면 바람직하지 않다. 몰입을 통해 집중력이 상승될수록 자존감과 자신감도 덩달아 높아지게 될 것이다. 더 이상 멀티태스킹에 연연하지 말고 몰입을 체험하는 것이 지혜로운 선택이 될 것이다. 

출처: 오늘경제 http://startup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