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직칼럼] 독서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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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마음으로 하는 여행이며 여행은 몸으로 하는 독서이다. 김남희 여행작가가 자주 하는 말이다. 독서와 여행은 서로 닮았다. 대체로 독서를 즐겨하는 사람들은 여행도 즐긴다. 책에서 소개되는 여행지를 자연스럽게 가보게 되고 책에서 나오는 여행지의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게 된다. 동시에 여행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여행을 떠날 때 책을 몇 권 들고 나선다. 관광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책을 읽을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지만 유유자적 여행을 많이 해 본 사람은 여행하는 도중이나 여행지에서 독서의 참 맛을 즐길 줄 안다. 만약 책이 없다면 여행이 얼마나 단조로우며 여행을 하지 않는다면 독서 생활이 얼마나 아쉬울까? 이렇게 독서와 여행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여행은 기다림을 배우러 가는 것이다. 출발지 공항에서부터 항공 연결을 위해 중간 기착지는 물론 여행을 마치고 난 후에 돌아오는 공항에서도 언제나 기다림의 연속이다. 버스나 배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기다림과 느림의 미학을 몸소 즐기지 못하면 여행이 즐겁지 않다. 아무리 안절부절해도 제 시간이 되어야 출발하고 때로는 예기치 않게 지연이 되어 출발하기를 마냥 기다리기도 한다. 현대인은 기다림의 맛을 모른채 빨리빨리병에 걸려 정신 없이 살아간다. 제주를 자주 오가면서 필자는 기다림을 배우고 있다. 차를 빌리지 않고 주로 버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공항에 내려서부터 돌아올 때까지 기다림의 연속이다. 제주 올레를 가면서도 버스를 타고 간다. 오가며 버스 창가로 지나가는 풍경이 정말 환상적이다.

얼마전 김남희 작가와 함께 하는 여행이야기 모임에 다녀 왔다. 김 작가는 일년 중 거의 절반을 여행지에서 보낸다. 이번에 출간한 <여행할 땐, 책>은 김 작가가 자신이 읽은 책을 소개하면서 그 여행지를 다녀 온 내용을 담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여행을 꿈꾸고 그곳을 다녀오는 여행은 읽기만 해도 재미있고 신선하다. 막연하게 관광을 하러 가는게 아니라 책에서 읽은 여행지와 저자의 삶을 추적하며 다시 독서를 하는 그런 여행이다. 어찌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여행을 떠나기 전 미리 독서하면서 생각해 둔 장소를 찾아가 눈으로 확인하며 즐기는 여행은 수준 높은 여행이라 할 수 있다. 충분한 여행 경비가 준비되지 못하는 여행이 때로는 오히려 더 감동을 주기도 한다. 왜냐하면 결핍을 느껴야 감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하며 독서하거나 독서하며 여행을 꿈꾸는 생활을 통해 우리의 삶의 질이 조금씩 높아진다. 꿈꾸던 여행지를 직접 가서 만났을 때의 감격은 해보지 않으면 절대 느끼지 못한다. 또한 여행지에서 여행자와의 만남은 그 자체가 신비롭다.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인연이 필연으로 순식간에 바뀐다. 김 작가가 스페인 산티아고 여행지에서 만났다는 베를린에서부터 3,000km를 걸어온 21살 청년의 얘기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신비감을 던져준다. 그 청년은 일상의 지루함을 떨쳐버리기 위해 학교를 중퇴하고 무일푼으로 길을 걸었고 이제 집으로 돌아가면 전혀 새로운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했단다. 독서하며 여행을 꿈꾸고 여행하며 독서를 즐기는 삶은 이토록 참 아름답다.

출처: 한국독서교육신문 http://reading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