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직칼럼] 무식해서 용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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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게 병이고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있다. 많이 알면 매사 좋을 것 같지만 너무 많이 알면 한 가지도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 때로는 너무 많이 알아서 문제가 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머리 회전이 빠르고 논리가 분명한 사람은 남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는다. 겉으로는 경청하는 태도를 보이긴 하지만 생각은 벌써 다른 곳에 가 있다.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은 독서도 하지 않고 글도 쓰지 않는다. 혹여 자신의 부족함이 드러날까 두려워서 그럴수도 있다. 책임 지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말을 많이 하지만 활자로 써 두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한다. 그러니 언제든지 빠져 나갈 구멍은 마련해 두고 발을 집어 넣을까 뺄까 궁리만 한다. 그러면서 자신은 다른 사람에 비해 현명하다고 착각한다.

완벽한 인간은 없다. 누구든 잘하는 게 있고 못하는 게 있다. 비교적 잘하는 게 많은 사람들은 우월감에 사로 잡혀 남을 귀하게 여길 줄 모른다. 이는 대화나 토론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자신의 논리에 오류가 있더라도 철저하게 감추는데는 프로다운 기질을 발휘한다. 겸손하면 얻을 수 있는 많은 기회가 그냥 스쳐 지나간다는 사실을 유독 자신만 모른다. 정치권에서 어릴 적부터 공부를 아주 잘해 평생 승승장구하다 막상 청문회에라도 나오면 어김없이 덜컥 덜미를 잡힌다. 그런 사례를 우리 주위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세상은 머릿속에 집어 넣은 지식만으로 헤쳐나갈 수는 없다. 지식 외에도 경륜과 통찰이 버무러져서 지혜의 샘의 터져나와야 한다. 그래야 좀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다.

오히려 조금 모자라더라도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슬기로운 삶을 사는 편이 훨씬 낫다. 독불장군은 외롭다. 주변에 누군가 자신을 돕는 사람이 없으면 불안하고 어쩔 줄 모른다. 원만한 대인관계를 정립 하지 못하면 말년에 어려움을 겪거나 결정적인 순간에 추락하는 경우가 많다. 되돌아보면 필자는 참으로 용감하게 글쓰기에 도전했던 것 같다. 제대로 글쓰기 강의를 듣거나 따로 공부하지 않았으면서도 말을 되든 아니든 일단 쓰고 보자는 심정으로 글쓰기를 시작한지 벌써 12년째가 되니 이제 겨우 뭔가 알것 같다.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기까지 기다렸다가 글쓰기를 시작했다면 지금처럼 세 권의 책은 출간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매주 칼럼을 실어 주간 뉴스레터를 566호나 내보내지 못했을 것이다.

필자는 비록 지능지수가 높지 못하고 기억력이 탁월하지 못하지만 후회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대단하지 못하지만 용기를 가지고 한걸음씩 걸어왔기에 이 모든 것이 가능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벌써 두 분이 필자의 도움으로 첫 책을 출간했다. 정말 보람과 가치를 느낀다. 책이 나온 후 저자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도우미로서 필자도 더없이 기쁘다. 그럼에도 여전히 글쓰기에 도전하지 않는 지인들을 보면 안타깝다. 대부분 공부도 많이 하고 인격도 출중한 분들이다. 유식하면 좋지만 때로는 무식해야 용감할 수 있다. 지능지수는 타고나는 것이지 노력해서 얻어지는 게 아니다. 무식해서 유익하다면 용감하게 그것을 택하는 편이 낫다.

출처: 소셜타임스 http://esocialtimes.com